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반도체, 방산 산업이 확대되며 희토류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모터, 배터리, 군수장비, 디지털기기에 필수적인 원소로, 전략 자원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 자원의 공급은 매우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각국의 의존도와 대응 전략은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중국, 미국, 유럽, 한국의 희토류 의존도를 비교하고, 각국이 펼치고 있는 전략과 정책 방향을 분석합니다.
중국: 세계 공급의 60% 점유, 지배적 위치에서의 전략적 활용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고순도 원소의 경우 점유율은 90%를 넘습니다. 내몽골, 쓰촨성 등에서 대규모 광산이 운영되고 있으며, 희토류 제련·가공 기술 또한 중국이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외교적 긴장 시 수출 통제나 규제 조치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2023년에는 미국과의 기술 분쟁이 심화되자,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며 ‘기술 보복’에 나선 바 있습니다. 또한 희토류 자원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중국 내 합작회사 설립이 요구되는 경우도 많아, 해외 기업들이 진입 장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내 첨단산업 보호와 동시에 희토류 수출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희토류가 단순 자원 수출품이 아닌 ‘정치적 무기’로 기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과 유럽: 자원 확보에서 재가공·재활용까지 전략 전환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채굴 비용과 환경 문제로 인해 점차 생산을 축소하고 중국산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약 7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 안보 및 산업 전략 측면에서 심각한 리스크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 복원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마운틴패스 광산의 재가동, 호주·캐나다 등 우방국과의 광물 협약 체결, 희토류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이 핵심 전략입니다. 미국 국방부는 국산 희토류 확보를 위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핵심 부품에 대한 '국산화 비율'을 상향 조정 중입니다. 유럽연합(EU) 역시 전체 희토류 수입의 9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 풍력발전, 전기차 등 희토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2023년 ‘유럽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제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대체 소재 연구, 재활용 기술 강화, 회원국 간 공동 광산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환경친화적 채굴’과 ‘지속가능한 광물 공급망’을 강조하며 ESG 관점에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나가는 중입니다.
한국: 높은 수입 의존과 전략적 대응의 시작 단계
한국은 희토류 생산이 거의 전무하며, 대부분의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의 약 90%를 중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극도로 높은 상황입니다. 전기차, 반도체, 방산, 배터리 산업 등 국가 핵심 산업 대부분이 희토류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 발생 시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희소금속 100대 전략 자원’ 지정, 국책 광물 비축 확대, 해외 광산 투자 확대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부터는 희토류 수입 다변화를 위해 호주,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국내 기업들도 자원 확보를 위한 합작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희토류 정제·재활용 기술이 미흡하며, 원천소재 국산화율도 낮은 편입니다. 다만, 삼성전자, LG화학, 한화,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소재 독립을 위한 R&D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도 희토류 대체 소재 개발, 재활용 인프라 구축, 탄소중립형 희토류 사용 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히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완성품’까지 이어지는 통합형 공급망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 첨단산업과 국가 안보의 기반이 되는 전략적 자원입니다. 중국은 생산과 가공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원 독립 및 국제 협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높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향후 글로벌 희토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급 안정성 확보는 물론, 기술 자립과 공급망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