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한국이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서 최종 승자로 선정되며 약 25조 원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의 대형 해외 원전 수출 성과로, 국내 원전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체코는 유럽연합(EU) 내에서 탈탄소·에너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은 향후 동유럽 원전 시장의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형 원전 APR1400 기술력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한국전력이 중심이 되어 추진한 사업으로, 공급 모델은 한국형 원전 ‘APR1400’입니다. 이 모델은 이미 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수출된 바 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은 세계적인 상용 원전 모델입니다. APR1400은 기존 가압경수로(PWR) 모델을 기반으로 발전효율, 안전성, 운전경제성, 수명 등이 모두 강화된 차세대 원전입니다. 특히 디지털 계측제어 시스템, 중대사고 대비 강화 설계, 60년 이상 수명을 갖춘 내구성 등의 요소가 국제 기준을 충족해 체코 정부와 에너지기업 CEZ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체코 프로젝트는 체코 남부 두코바니(Dukovany) 지역에 신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연간 전력 생산량은 10TWh 이상으로 체코 전체 전력의 약 10%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해당 사업에는 건설, 설계, 기자재 수출, 운영 유지보수 등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며, 원전 생태계 전반에 수익과 기술 축적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16년 만의 해외 원전 수출, 의미와 파급효과
이번 체코 수주는 단순한 수출 계약을 넘어, 원전 기술 외교와 산업 연계 측면에서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원전 수출이 다시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난 한국의 에너지 전략 전환이 국제 사회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수주는 약 2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본계약 이후 하청계약, 기자재 조달, 현지 시공 인력 파견 등 연쇄 경제 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산업 유발 효과는 4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전 관련 핵심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까지 300여 개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뿐만 아니라, 체코는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이번 수주는 유럽연합 시장 진입을 위한 ‘신뢰 인증’ 역할도 하게 됩니다. 향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추진 중인 원전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부도 이를 계기로 원전 전담 수출 조직 확대, 금융·외교 지원 강화, 국제 공동연구 참여 등을 통해 원전 수출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시대, 원전 외교의 역할 강화
체코의 원전 발주 배경에는 유럽 전역을 강타한 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압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며, EU 회원국들은 에너지 안보 확보와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은 고급 기술, 건설 경험, 경제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체코 정부의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반면, 경쟁국이었던 프랑스 EDF는 과거 건설 지연과 예산 초과 이슈로 인해 경쟁에서 밀렸고,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내 사업 집중 등의 이유로 불리한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성과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국가 전략’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체코 원전 수주를 “국가적 외교 총력의 결과”라 밝히며, 향후 원전 외교를 경제안보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수개월 전부터 외교부·산업부·한전이 컨소시엄 형태로 전방위 로비와 기술 설명, 정치 외교적 설득을 병행해 왔으며, 이번 성과는 그러한 다층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됩니다. 향후 원전은 단순한 에너지 기술이 아니라 외교, 안보, 환경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힌 글로벌 의제이며, 한국은 이번 체코 수주를 통해 그 중심에 다시 설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한국의 체코 원전 25조 원 수주는 단순한 수출 계약을 넘어 국가 브랜드, 산업 경쟁력, 외교 역량이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 성공 사례입니다. 16년 만의 대형 원전 수출 재개는 향후 수십 년 간 한국 원전 산업의 재도약을 예고하며, 동유럽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를 이끌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제2의 원전 수출 황금기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