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를 휩쓸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Temu)의 급성장이 최근 주춤하고 있습니다. 2022~2023년 폭발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할 것처럼 보였던 이 두 플랫폼은 2024년 들어 뚜렷한 성장 정체 혹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배경에 중국 이커머스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가 전략, 물류 경쟁력, 빠른 확장성으로 무장한 이들의 모델이 왜 한계에 봉착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봅니다.
저가 공세의 역효과: 신뢰도 하락과 브랜드 약화
알리와 테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단연 ‘가격 경쟁력’입니다. 중국 제조업체의 원가 절감 능력과 대규모 직구 체계를 통해 동일 제품을 아마존이나 쿠팡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이 점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가 공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첫째, 제품 품질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었습니다. 소비자 리뷰에는 “사진과 다르다”, “제품 내구성이 낮다”, “배송은 빠르지만 품질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꾸준히 올라왔고, 이는 구매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둘째, 브랜드 정체성이 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합니다. 알리와 테무는 자체 브랜드가 아닌, 무수한 중소 공급업체의 플랫폼에 가까운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 기준 미달 제품이나 불투명한 생산 과정을 거친 상품이 대거 유통되는 구조 역시 소비자 선택에서 배제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가 중심 모델이 초기엔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으나, 장기적 신뢰 확보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류·세금 리스크와 규제 강화: 글로벌 확장의 벽
알리와 테무는 글로벌 물류 시스템과 세금 회피 구조를 활용해 빠르고 저렴한 배송을 구현해왔습니다. 특히 중국 내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개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직구형 C2C 구조’는 중간 마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2024년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테무와 알리의 ‘탈세 논란’과 ‘노동 착취 의혹’이 부각되며, 특정 가격 이하 면세 혜택을 악용한 구조에 대한 세관 단속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EU는 이에 대해 물류 흐름 추적, 통관 지연, 세금 부과 강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 저가 플랫폼 견제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규제가 현실화되면 알리와 테무의 가격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글로벌 배송 지연 이슈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알리에서 주문한 상품이 도착까지 2~3주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테무 역시 ‘빠른 배송’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항공 물류나 세관 처리로 인한 차질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소비자 만족도 하락으로 직결되며, 다시금 지역 기반 플랫폼(예: 아마존, 쿠팡)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커뮤니티 부족: 장기 이용 유도 실패
알리와 테무는 기능적으로 ‘상품 검색 – 결제 – 배송’이라는 전통적인 이커머스 흐름에 집중한 반면, 현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콘텐츠형 커머스’나 ‘커뮤니티 기반 쇼핑’ 기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고객 확보 전략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전 세계 이커머스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쇼핑 경험 전반을 콘텐츠화하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라이브 방송, 리뷰 콘텐츠 강화에 투자하고 있으며, 아마존도 자체 스트리밍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기능을 실험 중입니다. 반면, 알리와 테무는 여전히 상품 위주의 UI/UX를 유지하고 있어 ‘쇼핑 재미’나 ‘참여 유도’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한, 플랫폼 내 커뮤니티 기능이 미약해 소비자 간 정보 공유나 경험 교류가 어려우며, 이는 재방문율과 구매 전환율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알리와 테무 모두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쓰고 있지만, 플랫폼 자체의 충성도를 높이는 구조가 부실해 장기 이용자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기적인 성장 둔화를 넘어 플랫폼 가치 전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테무 운영사 핀둬둬(PDD)와 알리바바 그룹의 주가는 2024년 들어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 둔화는 단순한 외부 환경 탓만이 아니라, 중국 이커머스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가 전략 중심, 규제 회피 기반, 콘텐츠·커뮤니티 미흡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 생존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기술, 브랜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어떤 전략적 변화를 시도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이커머스 업계 역시 이 흐름에서 교훈을 얻고 대비할 시점입니다.